이미테이션저자: 진금하
출판사: 청어람 / 출판년도: 2008. 02.
가격: 9,000원
ISBN: 9788925111698
□ 읽은날: 2008/04/08
□ 만족도: ★★★★★
진짜는 아닐 지 몰라도 필요하기에, 그 자리에 당당히 존재하는 이미테이션.
미모와 지성을 갖춘 24세 여성 이은영은 자신을 그러한 이미테이션 보석과 같다고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영그룹에 입사한 은영은 상사이자 그룹 후계자인 진태형에게 당황스런 지시를 받는다. 태형이 참여하는 사교행사에서 그의 비서 겸 파티 파트너 역할을 맡아달라는 것. 상사의 지시를 거절할 수 없는 그녀는 그렇게 자신이 한 때 조금은 동경하던 상류층의 사교계 한가운데에 태형과 함께 서게 된다.
자신의 미모와 지성을 무기로 조금은 현대판 신데렐라를 꿈꾸기도 한 은영이었으나 실제로 겪어본 사교계는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그녀와 태형과의 관계 또한 철저히 업무적인 것에 불과했다. 허튼 기대는 말자. 비록 자신의 가슴속에 이전에는 없던 야릇한 감정이 생긴걸 느끼지만 말이다. 은영이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한 그 때 태형은 갑자기 그녀에게 청혼해 온다.다른 각도에서 보는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 과연 신데렐라는 정말로 행복했을까요?
크게 기대하지 않고 빌렸는데 생각외로 굉장히 재미있게 본 소설입니다.
처음에는 다소 건조한 문체와 철저하게 계산적인 두 주인공들이 상당히 껄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악녀나 독한 성격의 여주인공은 좀 별로거든요. 프롤로그에서 일부러 와인을 엎지르는거 보고 학을 뗐지요. 남주인공도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선수인데다가 세상사에 닳고 닳은 느낌의 무뚝뚝한 전형적인 재벌2세라는 느낌이라서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본편에 들어가니, 은영과 태형 두 사람 다 은근히 매력적이지 뭡니까^^
특히 악녀타입이라고 생각했던 여주인공 은영이 제가 읽은 역대 로설 여주인공 중에서 손꼽힐 정도로 마음에 드는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당당하고 똑똑한 미인이면서, 자신을 꾸준히 갈고 닦아 온 노력파 젊은 아가씨. 적당히 속물이고 계산적이면서도 지나치지 않고 가슴 속에 순수함과 열정 또한 품고 있던 그녀가 참 마음에 들어요. 그런 그녀가 태형을 알게되고 그를 마음에 품고, 그에게 사랑받으며 때로는 두려워 그의 사랑으로 부터 도망치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고, 당당하게 자신이 설 곳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모습이 정말로 보기 좋았습니다.
남주인공 태형 또한 무뚝뚝하고 치밀하면서도 냉소적인 이면의 여리고 인간적인 부분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매력적이고 진종마 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과거에 좀 놀았던 사람 답지 않게 서툴게 사랑을 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습니다.전 왤케 완벽남이 사랑땜에 무너지는게 좋죠...
솔직히 캐릭터도 매력적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작가분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생각해보면 별거 없는데
(은영과 태형이 만나는데서 시작해서 결혼하는데서 끝납니다.) 심리묘사가 굉장히 탄탄했어요. 평범한 중산층 출신의 은영이 결혼을 통한 상류층에의 편입을 앞두고 느끼는 불안감과 부유감, 그리고 조금은 동경을 품었던 것들에 대한 실망감 등이 매우 세심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보석과 이미테이션이라는 비유 및 신데렐라와 빨간구두 등 동화의 재해석 역시 은영이 놓인 상황과 그녀의 심리상태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해 줍니다. 개인적으로 동화 모티브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터라
(프린세스 츄츄 등) 그러한 부분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효과적으로 배치된 조연들도 작품을 더 깊이있으며 현실감있게 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는 굉장히 만족한 작품이었습니다. 작가분의 다른 작품도 앞으로 체크해 보려구요.
절찬만 늘어놓은 것 같은데 솔직히 좀 사람을 가릴만한 작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문체 자체가 건조한고 나른한데다가 초반부에 보여지는 주인공의 모습들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지나치게 계산적이고 딱딱한 느낌) 로설치고는 좀 읽는데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요. 게다가 딱히 커다란 사건이나 자극적인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라 자칫 지루해 질수도...
그래도 적당히 생각할 거리를 주는 참신한 시각의 괜찮은 신데렐라 로맨스 소설이었습니다~^^ 재벌로맨스를 좋아는 하지만 뭐 하나 아쉬울 거 없는 킹카남주가 착한거 말고는 딱히 장점이 없는 여주에게 막무가내로 목매다는 소설들에 질리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
※끝으로 에필로그 맨 끝부분의 은영의 독백을 옮겨봅니다. ↓ 굉장히 인상깊은 구절이었어요~
이미테이션에도 의미는 있다.
필요하기에 존재한다. 그 필요에 응했던 나는 언제나 진심이었다.
그가 나를 필요로 하기에 곁에 있고, 그가 필요하기에 그의 곁에 있다.
그러니 그와 나의 사이는 역시 이미테이션이다.
금고 속에 재워놓았다가 가끔 꺼내 쓰는 보석이 아니라 늘 목에 걸고 다니는 이미테이션이다.
그러다 하나하나의 흠에 추억이 쌓여 금고 속의 보석보다 소중해질 이미테이션이다.
(Last Updated 2008.04.10)